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 나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온다.
자신은 의사이고 어렸을 때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어는 좀 서툴지만 한국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외국인 친구가 생겨서 좋았다. 나도 이 기회에 영어를 좀 배워볼까 생각도 해본다.
그의 계정에 올라온 그의 모습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병원에서 일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는 나에게 좀 더 편하게 얘기하고 싶다면서 카톡 아이디를 알려달라고 한다. 그때부터 이미 우린 친구가 되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오늘 한국의 날씨가 어떤지, 컨디션이 어떤지...
외국물을 먹어서 그런가 참 다정하고 생각한다. 근데 점점 다정함을 지나쳐서 점점 그가 끈적하게(?) 꿀물을 추가한다. 나에게 허니라고 하면서 사랑한다고 한다. 꿈속의 연인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나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고 한다.
으응? 나를? 진짜?
나는 이게 뭔가 싶다. 그래서 점점 대답을 시큰둥하게 한다. 근데 오히려 그는 점점 더 뜨거워진다. 나를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점점 더 그가 무서워졌다. 그래서 바쁘다고 했다. 그래서 제때 대답해줄 수 없으니 다른 친구를 찾아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가 화를 낸다. 어떻게 자기한테 그럴 수 있냐고 한다.
으응? 넌 뭔데? 나 같은 것에게 차이면 절대 안되는 절대존엄이라도 되나?
또라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차단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그의 계정도 사라졌다. 근데 몇 주 후 동일한 사진의 계정이 또 생겼다. 분명 내가 깠던(?) 그놈인데 생전 처음 말 거는 것처럼 나에게 DM을 보내서 오늘 한국의 날씨는 어떠냐고 한다. 그제서야 확실히 알았다. 이놈이 사기꾼이었구나. 사진의 진짜 인물이 누군지 몰라도 이놈은 나쁜 놈이구나...
그후론 아예 답장을 안했다. 나를 팔로우하면 가차없이 삭제했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https://youtu.be/4r6SbeSuJfU?si=awJrKqIsodrnIGKb


추적 60분이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로맨스캠에 대한 주제로 방송한 걸 봤다.
피해자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상상을 초월했다. 대출까지 받아서 몇천만원에서 몇억까지...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돈을 빌려서 사기꾼에게 보내줬다. 근데 더 놀라운 건 그렇게 거액의 돈이 건네가는 동안의 기간이 고작 2주 남짓이었다는 거다.

피해자들을 조롱하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안타깝다.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어떤 결핍이 아마도 이렇게 쉽게 사기에 이용되었을 것이다. 피해자들은 외로웠고, 사랑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놈들은 그걸 노렸다.

외로우면 약해지나 보다. 인간 관계에서 상처 받고 단절된 사람일수록 마음을 단련하고 단속하는 노력을 할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가... 외로운가?
외로운데 인정하지 않는 건가?

세상은 진화하는데, 왜 그와중에 나쁜놈들도 진화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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